퇴근 후 요가를 시작했어요. 예전에도 요가를 해봤지만, 재미없어서 꾸준히 다니지 못했어요. 배우고 싶었던 복싱은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다음으로 미루고, 다른 운동을 찾아보니 회사 근처에는 요가 뿐이더라고요. 그렇게 1달 정도 요가를 했는데, 조금 더 해보고 싶어져 당분간 계속 다니려고 해요! 요가 수강권 연장 기념, 이번 밤사이의 키워드는 요가입니다.
🤬 Justus Bennetts - Bad Day
"짜증 내지 말고~" 요가 선생님의 차분한 목소리에 '티났나?' 싶어 웃음이 터졌어요. 요가를 하다보면 짜증이 발바닥부터 차올라 가슴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있어요. 요가의 효능을 검색하면 '스트레스 해소'가 꼭 나오는데요. 스트레스 해소라.. 아직은 와닿지는 않네요. 뻣뻣한 몸뚱이는 마음을 따라주지 않고, 마음은 어떻게든 동작을 해내려고 저만치 앞서가 있죠. 욕심을 버리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데도 아무런 저항 없이 달달달 떨리는 몸. 거침없이 떨리는 몸을 보고 있자니 실소가 터지기도 해요.
<Bad Day>는 상대방이 나쁜 날을 보내길 바라는 곡이에요. 가사는 소소한 저주로 채워져 있어요, 일상에서 소소하게 열받는 상황 있잖아요. 스파게티 먹으려고 면도 다 끓였는데 소스 뚜껑이 안 열린다거나··· 그런 일들이 상대에게 일어나길 바라는 거죠. 장난기 있는 가수의 음색과 리듬감 덕분에 유독 요가가 힘든 날 들으면 금세 힘듦은 날아가고 왠지 모를 통쾌함이 찾아와요.
'I hope you go broke and your iPhone breaks
(돈 한 푼도 없는데 길 가다 아이폰 떨궈라)
And your ex shows up at your next first date'
(첫 데이트 나간 날에 전 애인 마주쳐라)
🤖 NCT 127 - 삐그덕(Walk)
뻣뻣, 삐그덕, 팽팽, 휘청휘청, 우왕좌왕 …
'어디까지, 얼마나 더 뻣뻣할 수 있을까?' 제 뻣뻣함은 무궁무진해요. 골반이 뻣뻣하구나, 허리도, 아 목도 뻣뻣하구나. 요가할 때마다 새로운 뻣뻣함을 마주해요. (그만큼 유연해질 가능성도 무궁무진한거죠?) 옆 사람을 힐끗 보며 삐걱삐걱 동작을 따라 하기 바쁘지만, 언젠가 경험자 포스를 폴폴 풍기는 날이 오겠죠?
<삐그덕>이라는 제목이 딱 저를 표현하는 단어라, 밤사이 71호에 소개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댄서팀 위댐보이즈의 안무 영상을 통해 처음 이 곡을 알게 되었는데요. (춤이 참 멋있습니다.) 듣고 있으면 자신감이 생겨서 '나 뻣뻣해 어쩔래? 난 원래 뻣뻣해!'하며 당당하게 뻣뻣함을 내뿜게 하는 곡이에요.
'난 삐그덕 삐그덕
걸음걸이 고장 나 버린 듯이 Walk
Don't care bout' a thang
난 내 기분대로 Walk'
👔 한희정 - 내일
재미없어서 오래 다니지 못했던 요가, 앞서 짜증 난다고 했던 요가를 한 달간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요가를 마친 후의 상쾌함 덕분이에요. 얼굴이 새빨개지게 땀 뻘뻘 흘리며 요가를 한 뒤, 샤워하고 물 한 잔 마시면! '캬 오늘도 해냈다'는 상쾌한 뿌듯함이 밀려와요! 비록 귀가시간이 늦어지는 건 안타깝지만, 그래도 느즈막이 지하철을 타면 늘 퇴근길에 서서 가던 길을 앉아서 갈 수 있죠. 요가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요가가 그날을 전부 감싸안아 버려요. 회사에서 힘들었든 뭐가 어쨌든 하루 끝은 가볍게.
<내일>은 드라마 「미생」의 OST예요. 회사를 배경으로 이 작품을 처음 봤던 학생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보이더라고요. 등장인물이 짊어진 부담감이나 책임감 등이요. 드라마를 보니 자주 나오는 OST도 자연스레 자주 듣는데요. 이 곡은 무탈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때 듣기 좋아요. 요가를 마친 밤 지하철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을 둘러보면 그 안에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있겠지 싶어 뭉클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