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9월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어요. 제가 아픈 건 아니고 보호자로서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나니 몸은 지치고 마음에는 여유가 없어지더라고요. 이성과 감정이 뒤죽박죽 섞여 구분이 안되기도, 안도.화.슬픔.절망같은 감정의 극과 극을 달리기도 했었는데 그 사이를 함께해준 노래들을 가져와봤습니다.
시니컬한 가사에 묻어가고 싶어 재생 버튼을 누르지만 발랄한 반주 덕에 금방 기분이 풀리는, 그래서 자주 듣게 된 곡입니다. 생로병사로 차있어 답답한 병원에서 잠시 벗어나 창경궁을 바라볼 수 있는 옥상 정원에 종종 올라가 인생은 뭘까~하며 한 숨돌릴 때에도 흥얼거렸죠.
태어나지도 않은 자에게 태어나지 말라고 하지만 마지막 가사에는 결국 태어난 이상 사랑하게 될걸이라고-전하는 메세지가 참 좋아서요.
이 5집 앨범에 미쳐버린 요즘, 한 곡만 뽑기는 어려웠지만 이제야 듣게 된 만큼 앞으로 질릴 때 까지 즐길 노래가 많아 행복해요. (원래 덕질은 처음이 가장 설레는 것) 이렇게 처참히 무너지는 경험을 또 하게 될까요? 그렇다면 이 노래를 들으며 아 이때도 어떻게든 살아갔지.. 회상하며 다시 일어나기를. 무탈한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여기면서요! (깨달았으면 몸을 움직여라~)
🏄♀️ Winnetka Bowling League - Come To The Beach
계획 되어있던 강릉, 영월, 동해 여행 전부 취소할 수밖에 없었어요. 바다로 오라는 가사가 얄밉지만 노래는 좋으니 반복 재생을 하며 하염없이 걸었던 날들이 떠오르네요. 그때 느꼈던 감정은 아마 여행을 못 가서가 아닌, 하나둘씩 꼬이기 시작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찾아온 무력감이지 않을까?!
다행히 큰 고비를 넘긴 후, 쉰다는 말만 남기고 영월로 도망쳤어요. 굴러 들어온 기회를 내 손으로 뻥 차버린게 계속 아쉬웠나봐요. 거대한 산들과 동강 앞에 서서 자연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고 왔답니다.
올해는 흘러가버린 서핑의 기회를 언젠가 잡게 된다면 파도를 타고난 뒤 모래사장에 앉아 이 곡을 들어야겠어요.
🕊️ 이상순 - 안부를 묻진 않아도
살면서 이렇게 연락을 많이 받았던 적이 있었나. 번호를 어떻게 안 건지, 뭘 하고 있든 간에 전화는 울렸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상황 속에서 자동응답기로 설정해놓고싶을정도로 지쳐 있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안부를 묻는 마음도, 부담이 될까 봐 안부를 삼키는 마음도 모두 참 감사하고 소중한데 말이죠.
그래도 결국 털어놓은 순간들 덕분에 후련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 곡을 듣고 있으면 타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안부를 묻고 싶어져요. 부담일 수도 있겠지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편하게 곁을 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