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앨범 <EVE : ROMANCE>의 마지막 수록곡
이 앨범은 소개글이 하나하나 다 재밌어요. 특히 마지막 곡 설명은 이렇게 쓰여 있어요. 'EVE: 일단 나오지 말았어야 하는 곡인데요. 소통의 부재와 사고로 발매된 곡입니다. 저는 제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걸어놓을 예정입니다.' 도대체 어떤 노래길래? 궁금증이 폭발하지 않나요!
이 곡을 들으면 한강의 <서시>가 생각나요.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 나에게 말을 붙이고 /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중략)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 라고 말하게 될까. /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박연준 산문집 <소란>의 한 문장도 떠오르고요. '나는 사람마다 각자 경험하고 지나가야할 일정량의 고유 경험치가 존재한다고 믿거든요. 다 겪지 못하면 다음으로 못넘어가는 것 처럼.'
님은 운명을 믿으시나요? 저는 운명의 모양이 있다면 길게 이어진 선이 아니라 점처럼 생겼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순간은 아니더라도 어떤 순간들은 운명처럼 정해져있을것 같아요. 한때는 운명이 정해져있으면 너무 답답할거라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기도 해요. 너무 애쓰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거니까요.
'찬 계곡물 흐르는 곳에 나를 맡길까 봐요
떠다니다 보면 흐름이 끝나는 곳에서
너를 찾을 수 있잖을까 봐요
⋮
찬 강바람 부는 곳에 계속 서 있을까요
기다리다 보면 흐름이 끝나는 곳에서
나를 찾을 수 있잖을까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