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씨에 기분도 좋은데, 계절을 제대로 못 챙겨 심통이 난 건지 묘하게 슬픈 노래만 찾던 요즘이에요. 마냥 슬프다기 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미련이 남아있다고 해야 할까 미련은 없지만 다만 아련해진다고 해야 할까. 지난 88호에는 꽃구경 대신 들을 만한 곡을 소개했다면, 89호는 '봄이 그렇게도 좋냐' 버전으로 봄맞이 설렘 대신 미련 뚝뚝 음악을 담았어요.
🎞️ 개코, 이수현 - 조조비행
'그 누가 첫사랑을 책임지고 싶겠어'라고 흥얼거리자, 친구가 '무슨 가사가 그래?'라며 흠칫 놀랐어요. 바로 다음 가사를 들려줬죠. 누가 첫사랑을 책임지고 싶겠냐는 말은 결국 내 첫사랑이 영원했다면 어땠을까, 누가 옛사랑에 혼자 남고 싶겠어라는 말은 우리의 사랑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의미라고요
첫사랑은 스쳐 가는 여행 같은 일이지만, 여행지에서 평생 사는 걸 궁금해하기도 했다는 가사. 담담하게 툭 던져놓는 말 속에 상대를 향한 그리움이 물씬 느껴지죠. 첫사랑은 과연 뭘까, 마음에,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는 사람은 뭘까. 지나가고 후회하면 늦으니까,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잘해야겠어요. 이 순간도 언젠가 과거가 될테고 미래의 우리 모습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그 누가 첫사랑을 책임지고 싶겠어
잠깐 스쳐 가는 여행 같은 일이지
하지만 말야, 가끔 궁금했어
여행지에서 평생을 산다는 건'
🖤 Steve Lacy - Infrunami
하루에 한 번은 꼭 보는 춤 영상이 있어요. 인도의 댄서가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데 리듬에 맞춰 발을 구르는 동작도 멋있고 춤이 정말 예뻐요! 이 춤 덕분에 이 노래가 더 좋게 느껴져요.
가수 Steve Lacy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곡은 16살에 만든 곡이라고 해요. Infrunami라는 제목의 의미는 모르겠지만, 유튜브 댓글에 'in front of me = infrunami'라는 댓글을 보고 이 음악을 들으면 정말 그럴 듯해요. 애절하게 질척질척 상대를 붙잡는 가사와 다르게 세련된 멜로디와 목소리, 이 노래를 들은 상대는 어쩌면 돌아올지도!
'Can you come back to me? 'Cause I was blind to see That you were right in front of me'
💥 넬 - 기억을 걷는 시간
이 노래는 멜로디가 좋다고만 생각했어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를 위주로 듣는 편인데, 이 곡은 예외인 곡이었죠. 얼마 전 동네를 산책하는데, 노래 가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가사를 하나하나 듣고 나니, 이 노래 제목이 <'기억'을 걷는 시간>이라는 게 와닿아 슬펐어요. 심지어 물을 마시려 무심코 집어든 유리잔 안에도, 나의 일상 모든 곳에 있는 그 사람은 기억 속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거구나, 사랑했던 사람을 더이상 볼 수 없다면 얼마나 그리울까요.
밤사이에 이 곡 링크를 추가하려고, 유튜브를 살펴보니 제일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이 '행복할 땐 멜로디가 들리고 우울할 땐 가사가 들리는 명곡'이었는데요. 어때요? 님도 이 댓글에 공감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