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이미 온건지, 몰래 왔다 갈 준비를 하는 건지, 아리송한 날씨네요. 이럴 때일수록 건강 조심! 아직 내복과 전기장판을 놓지 못하는 사람.. 바로 여기 있어요.
님은 꽃구경 어떻게 잘 하셨는지요~?
전 꽃내음을 온몸으로 느꼈던 작년과는 달리, 이번 봄은 꽃 사진도 딱 1장뿐.. (그것도 집에서 찍은.. 벚꽃 존이 집앞이라니, 오히려 좋아요) 아무튼 꽃이 피고 진 변화를 맘껏 느끼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찰나인 봄을 이렇게 스쳐 지나가긴 아쉬우니, 이번주에 기가 막힌 코스로 나들이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살짝 공유하자면 바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대공원인데요. 여기서 포인트는 코끼리 열차랍니다! 어릴적 추억과는 다르게 사이버틱해진 코끼리지만,, 그래도 은근 재밌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타보시기를 추천해봅니다-!
꽃구경의 효능이 기분전환이라면, 이 곡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할 거라고 자신합니다. 바로 요즘 가장 많이 찾아 듣는 가수인 HAIM. 미국의 세 자매 밴드로, HAIM sisters라고 불리는 이들은 각각 베이스, 기타, 건반이나 타악기를 치고 작사.작곡은 모두 맡고 있다고 해요. 특히 싱글앨범 Relationships의 앨범 커버에서 '니콜 키드먼의 밈 사진'을 따라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들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햇빛이 내리쬐는 자연에서 자유롭게 뒹굴거리는 장면이 떠올라요.
어떤 노래를 가져와야 할까, 하루 전까지도 고민할 정도로 쉽지 않았는데요. 이 곡을 선택했던 이유는 찌뿌둥한 아침에 받은 활기 덕분. 중간에 튀어나오는 추임새 huh!는 오렌지캬라멜의 하!와 맞먹는 강렬함. 또 맘마미아같은 뮤지컬 영화가 떠오르기도 해요.
집 주변에 대학교가 2곳이나 있어, 가끔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생들 사이에 섞여 있곤 해요. 어느 날 에너지가 느껴져 생각해 보니 아 맞다. 개강 시즌인 3월이지. 과잠을 입고 캠퍼스를 누비는 모습을 보다 보면 저의 대학 생활도 떠올리게 됩니다. 학교 안보다 밖을 더 돌아다녔고, 햇빛을 따라 동산이라고 불리는 잔디밭에서 먹고 마시고 했던, 그리고 처음으로 집을 떠나 지냈던 새내기 시절까지.
특히 20살 무렵, 자퇴를 선언한 동기들의(하나도 아니고 여럿이라니!) 소식을 접하고, 이별에 서툴렀던 저는 술기운을 빌려 이 노래를 울며불며 불러버렸어요. 그날의 가창이 부끄러울 정도로, 지금은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어 안주거리가 되었지만요.. 이렇게 인간관계에 마음을 재지 않고 불나방처럼 탈탈 털어 썼던 날들이 앞으로 또 있을까요?
🍦 바닐라 어쿠스틱 - Vanilla Rain
에어팟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선곡이 좋았던 카페에서 얻어낸 노래입니다.
무한 반복 재생도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 곡과는 정반대의 상황. 어느 한 부분이 귀에 툭하고 걸리면 이건 제목을 알아내야 한다. 밤사이 레터를 써야 한다는 사명감으로라도!
저에게 선택지는 3개였어요. 1. gpt에게 물어보기, 2. 음악 어플로 노래 찾기, 3. 사장님한테 질문.
빠른 판단으로 어플의 도움을 받고, 흘러나오는 부분이 2절이라면 곧 사라지니 가사 한 줄 정도는 외워놓기!
그렇게 혼자만의 치열한 미션 수행 후 찾아낸 소중한 곡. 그 덕에 당당하게 글을 마무리하고 있답니다. 마침 따뜻해지는 날씨와도 잘 어울리고요. 천둥소리로 시작되는 전주, 그리고 바닐라 어쿠스틱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흐릿한 옛 추억까지. 벚꽃을 다 떨어지게 만든 거센 비가 얄미웠던 지난 주말이었지만, 이런 달콤한 비라면 괜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