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 눈을 뜨니 집 앞 정류장을 지나치고 있었어요. 황급히 다음 정거장에 내렸지만 이미 막차는 끊겼고, 택시를 잡았어요.
"버스에서 깜빡 졸았나 봐요?"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택시 기사님은 자다가 정류장을 지나쳐 택시비를 왕창 쓴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버스 기사도 퇴근해 버린 버스에 혼자 남아있다 탈출한 이야기. 기사님이 졸다가 눈을 뜨니 버스는 텅 비어 있고 문은 안 열리고 주위는 깜깜하고, 아무리 소리쳐도 인기척이 없었대요. 정신을 차리고 나갈 방법을 찾다 보니, 운전석 옆에 문이 있어서 그 문을 열고 무사히 집에 귀가했다고 해요. 이렇게 얻은 안전꿀팁, 만약 구독자님이 버스에 갇힌다면 운전석 문을 열고 나오세요!
밤사이 85호는 내릴 정류장을 놓칠 만큼 피곤한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어쩌면 이 노래를 듣다가 한두 정거장쯤은 지나쳐도 좋을 음악으로 채워봤어요.
🙃 치즈 - 퇴근시간
'좋았던 일도 있었고 안 좋은 일도 있었죠 근데 왜 안 좋은 일은 안 묻나요' 삐뚤어진 마음을 솔직하게 담은 가사가 듣자마자 귀에 꽂혔어요. 이번 주 퇴근 시간은 기본 밤 12시였는데, 마음이 정말 삐딱-해지더라고요? 제 자리만 불이 켜져 있는 사무실. 머리를 꽁꽁 싸매고 일은 하는데, 시간은 허비하는 느낌. 집중하고 있는데 멍한 이상한 상태로 일했어요.
'어쩌면 오늘이 특별한 날일 수도 있는데 나는 왜 또 이리 외로운지'라는 가사처럼 잠깐 바쁘면 지나갈 일인데 며칠을 스트레스의 늪에 빠져 허우적댔어요. '좋은 날도 있고 별로인 날도 있지, 이런 나도 있고 저런 나도 있지' 생각은 하지만, 마냥 행복한 상태가 저의 기본값이었으면 하는 욕심은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네요!
'웃는 내 모습이 좋다면
슬픈 나도 좋아해 줘요
난 그대 우는 모습도 좋거든요'
✨ 구원찬 - 슬퍼하지마
최근 야근이 잦았던 이유는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조차 모르겠는 업무를 꽉 잡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도무지 감이 안 잡혀서 여기저기 질문하며 뭔가를 하고는 있는데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고요.
어느 날 상사가 제게 '시간을 쓴다고 답이 나올 것 같냐'고 물어봤어요. 제 대답은 '아니요'였고요. 그러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손을 떼라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이때 저는 '그래도 시간을 쓰면 답에 가까워질 순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고 한참 대화했어요. 결론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기'. 그제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돌아보니 저는 끝까지 일을 쥐고 있는 편이에요. 이 점은 앞으로 고쳐보려고요. 일단 다 했다면, 딱 3번만 보고 손 뗀다! (다짐!)
'바쁘고 힘든 상황을 자초했나?' 싶은 순간 <슬퍼하지마>가 떠올랐어요. '나한테 다 맡겨! 다 괜찮아!'라는 위로는 개인적으로는 잘 와닿진 않지만 피식 웃게 만드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어깨가 축 처져 있다면 이 노래를 소개해 주고 싶어요! 이제는 슬퍼하지 마 베이베~
'나는 너에게
다 맡기라고 말하고 싶어
나는 너에게
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어'
🪞 Billie Eilish - my future
'난 내 미래와 사랑에 빠졌다'는 노랫말, 신선하지 않나요? 나도 타인도 아닌 '미래의 나'를 사랑한다니! 이 곡은 들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와요. 현재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미래의 나를 사랑하며 도피하는 것처럼 들릴 때도 있고. 그저 미래의 멋진 나를 몹시 기대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해요.
꽤 지쳐 있었던 이번 주에는 이 곡이 '지금을 잘 견뎌내면 미래에 멋진 내가 될 수 있을 거야'라는 응원으로 느껴졌어요.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말이 있잖아요.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해서 과거의 자신을 응원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요.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듬뿍 사랑하고 응원하고 있는데, 못할 게 뭐 있어요? "미래의 나야 딱 기다려! 멋진 내가 돼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