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만난 친구를 보고 당황스러웠어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풀이 죽은 모습을 하고 있었거든요. 처음 보는 모습에 놀란 마음은 감추고,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가볍게 대화를 이어나갔어요. 친구가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걱정과 고민이 많은 것 같았어요.
예상과 달리 차분하고 고요했던 대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나자고 연락해 줘서 고맙다며 기운 내서 무언가를 시작해 봐야겠다는 친구의 카톡이 왔어요.
이 세상은 왜 이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거야? 이렇게 웃기고 귀여운 친구를 누가 이렇게 힘들게 한 거야? 하며 분통이 터지다가도 그래, 그런 날도 있지 싶더라고요. 저 땅 깊숙히 처박힐 때도 있고 하늘을 훨훨 나는 것 같을 때도 있고요.
밤사이 59호 음악은 친구에게 '그런 날이 있지' 한마디 건넨다는 마음으로 골랐어요. 불도 켜지 않아 깜깜한 방,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훌쩍거리고 싶은 날. 그런 날과 어울리는 음악이에요. 현실적으로 그런 날에는 음악을 들을 여유조차 없겠지만, 그래도요. 소개된 음악이 구독자님에게도 은은하게 와닿길 바라요.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battle you know nothing about. Be Kind. Always.'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항상 친절하라.)
주인공이 상대방을 만나기 전, 벽에 붙여둔 이 글을 한참 응시하는 장면은 뇌리에 깊게 박혀있어요. 이 문장을 알게 된 후 저는 이 문장을 늘 기억하려고 해요.
<Plastic>은 이 문장과 어울리는 음악이에요. 듣고 있으면 눅눅하고 서늘한 어느 공간에서 LP를 틀어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요. 가사를 들어보면 '사실 난 이런 사람이야', '이런 사연이 있어'라고 나즈막히 말하는 것처럼 들려요. 후반부에 노래는 'My wings are made of plastic'라는 반복되는 가사로 채워지는데요. 쓸쓸하기도 하면서 잃을 것 없이 강해보이기도 하는 그런 노래예요.
Can I tell you a secret
(비밀 하나 알려줄까)
My wings are made of plastic
(내 날개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어)
my wings are made of plastic
(내 날개는 플라스틱이야)
🌫 LANY - Alonica
알로니카(Alonica)가 도대체 어디지? 하고 구글 지도를 켜보게 만든 곡.
뮤직비디오에 알로니카에 대해 나오는데요, 알로니카는 특정 지역이 아니라 마음의 안식처 같은 곳을 의미한다고 해요. 구독자님은 가장 나다워지는 곳, 그저 나로서 존재할 수 있고 편안한 장소가 있나요?
제게 그런 곳은 동생인 것 같아요. 장소는 아니지만, 이 질문을 스스로 해보니 동생이 떠올랐어요! 동생과 같이 있을 때면 그냥 저 자신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평안해져요. (물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투덕거릴 때도 있지만요.)
울고 싶은 그런 날엔 그 장소나 그 기분에서 벗어나 환기가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울적한 날에는 몸도 무거워져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을 때가 많지만 감정이 조금 사그라들면 속으로 '흡!' 기합을 주고 일어나보는 것도 도움이 되죠.
My heart is learning how to love again
(내 심장이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
Back to Alonica
(알로니카로 돌아갈래)
Where the sun is out all the time
(항상 햇볕이 스며드는 곳)
☕️ AnnenMayKantereit, Giant Rooks - Tom's Diner
겉으로 보이는 모습 그 안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곡이에요.
가사를 들어보면, 식당에 앉아 있는 화자가 식당 직원과 식당에 방문한 사람으로 시선이 옮겨갑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 중 'Oh no, it is always nice to see you(넌 언제 봐도 좋아)'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조금 의아하지만 이 가사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각자의 남모를 사연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것 같다'는요즘 제가 자주 하는 생각과 어울리는 것 같아요. 한때 저를 못살게 굴었던 사람의 속사정을 건너 건너 듣게 되었을 때도, 누군가가 제게 털어놓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이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더라고요.
<Tom's Diner>는 요즘 인스타그램 릴스에서도 많이 듣게 되는 곡인데요. AnnenMayKantereit와 Giant Rooks가 부른 버전이 뭔가 의미심장하고 비장하게도 느껴져서 선곡해 봤어요.
이 곡의 원작자는 Suzanne Vega고, 여러 가수가 커버곡을 냈는데 다 느낌이 달라요. Suzanne Vega의 가사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고, 이 곡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꼭 들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창가에서 읊조리듯 노래 부르는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