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송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다녀왔어요. 전생 같지만 아직 1주일도 안된 터라 따끈따끈한 마음을 밤사이에 남길 수 있어서 설레네요. 이번 펜타포트는 20주년이니 처음으로 양일권을 구매했는데요. 아직도 몸에 근육통과 그을림으로 보이는 도파민의 흔적들이 남아있답니다.
보통 페스티벌을 가기 전에, 공개되는 라인업에 맞춰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들이 생겨요. 미리 멜로디와 가사를 익히는 용도로요. 하지만 이런저런 현실을 해치우기 바빴던 나머지, 준비 기여도가 거의 0.. 자연스레 예습도 하루 전 벼락치기로 했어요. 당연히 모르는 곡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오히려 복습하고 있는 지금, 마음이 더 벅차는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원래라면 송도의 닭갈비 맛집에서 기가 막힌 식사를 하고 입장하겠지만, 친구 덕분에 포기했어요. 첫 무대인 12시면 가장 더운 시간이라 녹아내릴 것 같았는데, 이들의 무대를 보니 상관없겠더라고요. 카디는 슈퍼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만들어진 그룹인데요. 당시 실시간으로 문자투표를 하면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만난 이들이 언제까지 활동할 수 있을까?라는 혼자만의 의문이 있었어요. 그 걱정이 부끄럽게 느껴질 만큼 멋진 무대를 만들어줬지만요.
멤버 구성이 변하지 않아 더 반가웠고, 밴드에서 보기 어려운 거문고의 존재감도 여전했죠.
특히 이 곡은 첫 귀에 반했는데요. 보컬 김예지의 톡 쏘는 음색이 잘 어울려 마치 행진곡 같아요.잘 모르는데도, 괜찮은 박자에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웬만하면 친절한 1번 문제처럼요. 덕분에 스타트를 잘 끊은 토요일의 하이라이트였답니다.
🎧 글렌체크 - Dazed & Confused
대망의 20주년이라고 홍보를 했지만 말도, 탈도 많았어요. 특히 공연이 1주일도 안남은 시점, 아티스트의 개인 사정으로 2팀이나 불참을 알렸죠. 공지를 보고 바로 든 생각은 "와 담당자분 어쩌나...?!" 였지만 어쩌겠어요. 실시간으로 무수한 피드백을 받은 주최 측은 펜타포트의 공무원이라고도 불리는 두 팀을 다시 라인업으로 소개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글렌체크입니다. 이들의 무대를 본 적이 없는 전 오히려 좋아였어요.
"원래 오늘 저희 무대가 아닌데.."라는 멘트로 시작한 이들은 노련하게 50분을 채워줬어요. 주최 측의 미안함과 고마움의 표시인건지, 유독 무대 효과가 많이 쓰여 보는 사람은 호강했던 시간이었답니다. 광고 음악으로도 쓰이고, 국민체조로도 익숙한 노래인 60's cardin도, 타이거디스코와 함께 춤을 따라추며 즐거웠는데요- 특히 Dazed & Confused의 전주가 흘러나오자마자 알록달록한 슬로건이 눈앞에 보이면서 공기 자체가 산뜻해졌던 현장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 3호선 버터플라이 - 티티카카
3일차의 서브 헤드라이너였던 3호선 버터플라이. 지난 밤사이에서도 <그녀에게>라는 곡을 소개했었죠. 프랑스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남상아, 원년 멤버인 기타리스트 성기완까지 모두 8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돌아왔기 때문에 기대했던 무대였습니다. 아쉽게도 체력이 바닥나 다리가 후들거려 서서 즐기지는 못했지만, 또다른 헤드라이너인 김말국(김치말이국수)을 곁들이며 감상했어요.
어쩌면 그래서 더 무대에 집중할 수 있었는지 몰라요. 그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싶을정도로 날아다니는 모습이었거든요. 특히 얼룩무늬 미니 원피스를 입은 보컬 남상아의 라이브와 에너지는 저절로 박수가 나왔답니다. 그간의 서사 속을 휘몰아치는 셋리스트 중에서도 유독 좋았던 이 곡. 가사를 티키타카로 듣고 한참을 검색했는데요. 멤버들이 감격한 모습에, 장난기 가득한 노래임에도 괜히 울컥해서 김말국이 약간 짰어요.
2일간 함께 한 동지들끼리, 같이 고생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내년에도?라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어요. 남은 1년간, 간간이 예복습하다보면 또 8월이 오겠죠~?!